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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은 우등상금이 아니다!

공덕(功德)과 은덕(恩德), 공덕(空德)과 염치(廉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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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9-08-21

가뜩이나 나라가 뒤숭숭한데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의 자녀 장학금을 두고 벌이는 정치권의 논쟁이 무더위와 함께 시민 아니 서민들의 짜증을 돋우고 있다. 게다가 무시험에다 논문까지! 한국에선 북핵보다 더 무서운 게 입시나 내신 성적인데! 다른 건 다 용서해도 자식들의 대학 진학과 관련된 건 죽어도 양보 않는 것이 이 민족인데! 과연 무사할까? 이러다가 청문회 대신 특검 하는 건 아닌지!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는 자신할 순 없지만, 평생 장학금 한 번 받아보지 못한 필자는 사원을 채용할 때 학교에서 공부를 잘해 줄곧 장학금을 탔었다는 사람은 뽑지 않는다. 대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의 성적만큼 스스로가 잘난 줄 알고 있고, 또 그에 합당한 대접받기를 원하는 버릇이 있다. 좀 더 지켜보면 조직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잘 화합하지 못하고, 이해타산에 밝으며 이기적인 구석이 많다. 계산에 밝고 비판을 잘하는 반면, 솔선수범하는 버릇은 없다. 당연히 끈기가 부족하고, 항상 보다 나은 직장을 가진 동기생들과 비교하기를 좋아해서 한 직장에 오래 머물지를 않는다. 외국 회사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성적보다는 학교에서의 서클 활동이며 봉사 활동, 아르바이트 경험, 사회 참여 활동, 어떤 스포츠를 취미로 가졌는지 등을 따지는 것도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 질문에 답변하는 조국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 건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8.20 hwayoung7@yna.co.kr     ©

 

조국 딸, 고교때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후보자측 "관여 안해"(종합)

https://www.yna.co.kr/view/AKR20190820061851004?section=politics/all&site=topnews_related


한국인의 교육열은 지나치다 못해 한국병이 된 지 이미 오래다

. 또한 못 배운 사람들의 한()은 아직도 깊다. 못 배운 한을 풀고자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에 장학금으로 내놓은 김밥 할머니 이후로 한풀이 장학금이 줄을 이어 요즘도 심심찮게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고마운 일이기는 하지만, 앞뒤 재보면 그다지 흔쾌한 일도 아닌 성싶다.

 

본인으로서야 못 배운 한을 그렇게 해서라도 풀고, 저승 가는 길에 학사모 비슷한 것 하나 얻어 쓰고 가니 흡족할 듯도 하지만, 과연 그런 일이 마땅하고 바람직한 선행인지 공감이 가지 않을 때도 있다. 본인이 평생 힘들게 살아온 것이 단지 남만큼 못 배웠기 때문이고, 그래서 배운 사람들로부터 설움을 많이 받았으니, 자기와 같은 사람들이 또 생겨나지 않도록 돕고 싶다는 논리가 아닌가.

 

정히 그렇다면 그 돈으로 당신의 자식들 잘 가르치고, 남는 돈은 당신처럼 못 배워서 현재 어렵게 살고 있는 이들을 돕는 게 이치상 맞는 일이 아닌가? 그런 집 자녀들에게 학자금이라도 보태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는가? 그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당신의 뜻대로 과연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할 지경에 처한 학생이 받을지, 아니면 부족하지 않은 형편인데도 성적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그 돈을 따먹을지 어찌 알겠는가? 어쨌든 그 돈을 받은 학생이(그 가족이) 당신의 이름 석 자나 기억하고 고마워할까? 당신의 무덤에 꽃 한 송이 바칠까? 공부 잘해 성공한 다음 당신처럼 못 배운 사람들에게 받은 만큼 되돌려 줄까? 아니면 당신이 받은 그동안의 설움만큼 다른 못 배운 사람들의 몫까지 챙겨먹을까?

 

장학금을 받는 건 자랑이 아니다

 

남보다 성공해서 재물을 많이 모은 이들이 그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뜻으로 만든 장학재단이 많다. 훌륭한 일이지만, 역시 옛 공덕비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사회에 환원하려면 조건 없이 던져야 하는데, 꼭 무슨무슨 재단을 만들어 직접 또는 가족이 관리하여 당신의 공적을 드러내길 원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장학생들을 뽑아 일일이 직접 봉투(쥐꼬리만한 이자돈)를 수여함으로써 자신의 훌륭함을 확인시키고 머리숙여 감사하도록 강요한다. 한마디로 절값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가 아니라, 내 손이 하는 일을 네 눈 내 눈 그리고 제삼자까지 똑똑히 보고 기억하라며 증서까지 주고받는다. 게다가 대개 품행이 방정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을 더 선호하며, 간혹 구색용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끼워넣어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신앙을 가진 이들은 반드시 자신의 종교를 위해서만 아낌없이 기부한다.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을 돕는 것이 진정한 자선이고, 오히려 그 종교를 빛내는 것임을 알지 못한다. 설령 안다 해도 그렇게 실천하지 않는다. 편협하고 옹졸하기 때문이다. 천당이나 극락 가는 길도 그만큼 좁은 것이다. ()은 공평무사한 정()이다. 특히 베풂에 있어서 편협함은 아니 베풂만 못하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은, 대부분의 우리나라 장학금은 학교에, 즉 글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진다는 데에 있다. 체육예술예능 등에는 인색하다. 한마디로 문()에다 덕()을 베풀겠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중고등학교보다는 최고 학부인 대학에, 그 중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똘똘한 학생들에게 자신의 인덕(仁德)을 베푸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과연 그들이 그 덕()의 의미를 얼마나 알고 있을지 궁금할 때가 많다.

 

흔히들 똑똑한 천재 한 명이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하며, 인재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말 것을 역설한다. 장학금의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 똑똑한 한 명이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리기는커녕 그들이 가져야 할 것을 혼자서 독차지할 때도 있다.

 

장학금은 수십 배로 갚아야 하는 빚

 

각 학교는 재학 시절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는 이들의 사후 관리를 좀 했으면 한다.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확인하고, 자신이 과거에 누군가로부터 도움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어야 한다. 받은 만큼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학창 시절 장학금 받았다는 사실을 그저 자신의 머리 좋음을 자랑하는 데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비록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장학금이란 몇 십 몇 백 배로 다시 되돌려 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그런 돈임을 인식시키고 주어야 한다. 공덕(功德)이 공()돈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을 입었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 그것을 은덕(恩德)이라 한다.

 

이제는 세상도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덕()을 베푸는 데에도 약간의 지혜가 필요하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공부가 전부가 아닌 세상이다. 비록 성적은 모자라지만 사회봉사를 많이 한 학생들이나 소년소녀 가장, 남을 위해 희생한 의인(義人)의 남은 자식과 형제들, 남다른 재주로 국가나 사회에 공헌한 본인 및 그 자녀들, 불치병을 앓거나 장애가 있어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힘든 사람들, 자신의 기업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이들의 자녀들, 나라를 지키다 순직한 군인들과 소방관 혹은 경찰관들의 자녀들, 성수대교 붕괴나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처럼 갑작스런 재난을 당한 사람과 그 가족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외에 흩어져 사는 독립투사들의 후손들 등, 얼마든지 뜻있는 장학금도 많지 않은가. 물론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몇 십 몇 백 명을 못 먹여 살릴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자기 혼자 살아가기조차도 힘들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남을 해치거나 세상을 어지럽히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또한 결코 그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것이다. 풍족한 자가 귀함을 알겠는가. 많이 받아본 자가 많이 잊는 법이다.

 

그리고 장학재단 이름도 창업자나 자신의 아호며 이름을 따서 어줍잖은 생색 좀 내지 말았으면 싶다. 그건 아무래도 자신이 만든 자기 공덕비 같다. 이왕이면 유관순백범안중근윤봉길 등 얼마든지 훌륭한 인물이 많지 않은가? 하다못해 요즈음 한창 인기 있는 이순신 장군이나 유명한 과학자, 또는 예술가의 이름을 단 장학재단은 어떤지? 일본 유학중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전차가 달려오는 선로에 뛰어든 고() 이수현 군을 기리는 장학재단은 어떤지?

 

예전에 어떤 분의 이야기가 잊혀 지지 않는다. 그 분은 동네의 작은 교회에 나가는데 언젠가 교회에서 자녀가 대학에 입학했다며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장학금을 준다길래 받지 않았다고 한다. 서민 동네인지라 형편이 더 어려운 집들도 있을 테니 그런 집 아이에게 줬으면 좋겠다고 사양했단다. 헌데 그 다음 주일, 어느 집 부모가 자기 아이가 교회 장학금을 받았다며 한 턱 쏜다고 교회의 여러 사람들을 근처 제법 비싼 식당으로 초대를 한 것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 같이 예배를 보러 간 아이들한테 뭐라 할 말이 없어 씁쓸해하며 그냥 집으로 돌아왔단다. 그 일이 있고나서부터 주일마다 그 부모를 보는 것도 민망스럽고 다른 사람들과도 정이 떨어져 결국은 그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장학금을 거절한 그 아이는 학자금 융자받아 간신히 졸업했는데 요즘 열심히 일 다닌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공부 잘하는 이들에게 장학금 주는 것에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그들은 장학금 안 줘도 결국 성공한다. 머리 좋은 사람이 반드시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업 독차지하고 거창하게 중요한 일만 해야 한다는 것도 좀 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본다. 머리 좋은 이들도 하찮게 여기는 험한 업종에 종사해야 그 분야가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날 장학금도 못 받고 대학도 못 마쳤지만 대한민국을 이끈 훌륭한 사람들도 많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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