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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쉼터] 나의 살던 고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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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명(7080통기타배우기밴드 리더)
기사입력 2019-07-30

▲ 고향의 봄(이미지 출처: 신길웅의 청람 갤러리 블로그) 

 

나의 살던 고향은 복사꽃향기 휘날리는 밀양시내에서도 한참을 지나 남전이라는 두메산골 동네이다.

 

우리 동네에서 초등학교 가는길 은 세 갈래 길이다. 대사동에서 넘어가는 1길이 있고, 덕동으로 넘어가는 2, 그리고 양동으로 넘어가는 3.

 

각각의 길들은 나름대로 저마다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겠으나, 2길은 특히 나의 서정적인 느낌들이 중간 중간 녹아있는 길이다. 내가 통기타음악을 하는데 많은 정서적 원동력이 된 길이기도 하다.

 

집에서 출발하여 50미터정도 산을 타면 밤나무를 지키는 갓지기 집이 나오고, 7부 능선 정도에 양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문둥병 환자가 사는 집, 그리고 쇠풀먹이는 고갯마루를 뒤로한 채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물먹는 샘이 나온다.

 

샘에는 이름 모를 풀벌레들 한두 마리가 빠져있으나, 고단한 산길을 오르는 목마른 자에게 물맛은 세계 최고다.

 

40년 가까이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지금도 가끔씩 그 길에 얽힌 꿈들을 꾸곤 한다.

 

양식이라는 문둥병환자가 따라오면 나는 잡힐 듯하다가,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며 꿈에서 깨어나기도 하고, 물먹는 샘 근처에서 나무숲을 헤치며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꿈도 꾸곤 한다.

 

악몽과 길몽을 번갈아 가면서 꾸게 되는 셈이다.

 

이번 추석에는 꿈이 아닌 생시에서 옛길을 더듬어 걸어 보고 싶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물먹는 샘 근처에 산사람이 놓아둔 덧에 산토끼 한마리가 허우적거리며 걸려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산토끼는 괜찮은 음식인지라 가방 속에 집어넣고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이놈의 토끼가 내가 방심한 틈을 타서 수업시간에 가방에서 튀어나와 교실 바닥을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게 아닌가?

 

"토끼로 장난친 놈 누구야? 이리 나와!" 하는 담임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뭔가가 번쩍 하였다.

 

담임선생님의 손바닥이 나의 귀 볼때기를 휙 지나가는 게 아닌가? 난 지금껏 50여 평생을 살아오면서 아직까지 그렇게 매운 손맛은 맞아 본적이 없다.

 

아무튼 귀때기 한방으로 수업시간을 어지럽힌 죄 값은 톡톡히 치른 셈이었다. 그나마 한방으로 해결된 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 선생님이 너무 무서운 선생님이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가슴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어린 철부지 시절의 추억이 서려있는 대사초등학교!

 

그러나 풍금소리 그윽하던 학교도 세월 따라 그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 간다.

 

"넘실넘실 흐르는~~. 억만년을 뻗어나갈 우리 대사교~." 라고 초등학교 교가를 목 놓아 불렀건만, 지금은 학생들은 간데없고 아름드리 느티나무만 덩그러니 텅 빈 교정을 쓸쓸히 지키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많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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